[biz칼럼] 아이들이 '제2 라임사태' 겪지 않게 하려면

입력 2021-03-10 17:47   수정 2021-03-11 00:05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작년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도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모펀드와 관련한 금융 분쟁이 심각하다. 사모펀드 사태의 발단은 2015년 사모펀드 투자의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시작됐다. 사모펀드는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 같은 상품은 둘째 치고, 기준금리의 의미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차이도 낯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회사들의 ‘불완전판매 공세’ 앞에서 상당수 금융소비자가 무장 해제됐다.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보험 불완전판매, 보이스피싱, 불법사금융 피해 등으로 인한 민원도 많다. 금융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금융상품은 무형이며 수학적 논리가 깊숙이 내재돼 있다. 특성을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손흥민급 축구 선수라면 금융소비자들은 동네 조기 축구의 아마추어 선수에도 못 미친다. 그러니 그 체급을 동일하게 하려면 팔고자 하는 자와 사고자 하는 자 사이의 불균형 또는 간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금융회사들은 상품을 팔 때 내 가족에게 판매하듯 소상히 설명해야 하고 금융소비자들은 완벽하게는 아닐지라도 내가 투자하는 상품이 어떤 원리로 구성돼 있는지,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에 대한 교육이 차분하게 이뤄져야 한다. 교육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해외에서는 유치원생부터 금융교육을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아이들 대상의 금융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크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금융에 대한 ‘반복 노출’이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가급적 많이 금융을 접할 수 있어야 자기주도적 관심과 학습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재미’가 따라와야 한다. 금융교육을 학문적 측면이 강한 경제교육과 혼동해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교육은 실생활에서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실용적 측면이 강하다. 아이들이 일종의 놀이처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해 금융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실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때가 되면 어디선가 배우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금융은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 ‘금융교육은 내 가정에서부터, 내 교실에서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2의 라임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궁극적 방법도 금융교육에 있다고 믿는다.

참고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에서는 재밌고 효과적인 어린이 금융교육을 위해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합리적 소비와 분산투자의 필요성 등 기초적인 금융개념과 올바른 금융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보드게임은 모두 6종으로 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금융회사의 역할과 같은 기초 개념을 습득할 수 있고, 초등학교 고학년은 용돈이나 신용 관리를 배워볼 수 있다. 중학생 이상은 투자의 특징과 위험성의 이해를 주제로 담았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긍정적 평가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도 좋아한다. 조그마한 스마트폰 앞에서 하는 게임을 한 번 줄이고 가족들과 금융교육 보드게임을 한판 해보는 건 어떨까. 금감원 교육국에서 보드게임을 무료 배포한다. 재고가 없다면 홈페이지에서 이미지 파일을 내려받아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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